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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수사 미흡'은 경찰의 해묵은 병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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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4-07-23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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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의 '초동수사 미흡'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사건 사고 때마다 초동수사 미흡은 항상 꼬리표를 달고 다니지만 이번에도 그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자를 것인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주검은 우리 사회의 해묵은 병폐를 또 한 번 들춰주고 있다.  
 22일 경찰청은 유 씨 수사와 관련, 우형호 순천경찰서장과 담당 형사과장을 직위 해제했다. 유 씨의 사체 발견 당시 초동수사가 미흡했다는 이유다. 그리고 과학수사팀장 등 관련자 전원에 대한 감찰에 돌입했다.
 지난 6월12일 순천 매실밭에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부패한 변사체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당시 유 씨 검거에 혈안이 된 경찰이었지만 이를 단순 변사 사건으로 처리했다. 그리고 지난 22일 발견 후 40일이 지나서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 사체가 유 씨라고 결론지었다. 
 순천경찰서는 당시 발견된 변사자의 행색이 노숙인 같고 유 씨라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없다고 판단, 무연고자 변사 사건으로 처리한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사체와 함께 발견된 유류품 중에는 세모그룹 계열사에서 제조한 '스쿠알렌' 병과 고가의 명품 브랜드 의류 등이 포함돼 있었다.
 특히 사체는 10여 개 가량의 금니를 하고 있었고, 유병언의 신체 특징으로 알려진 백발 상태였다는 점 등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어도 신원을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경찰의 초동수사가 엉망이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초동수사'는 사건 발생 직후 범죄 현장을 정밀 관찰하여 수사 자료를 발견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다. 초동수사가 가장 중요하며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내는 핵심적인 요소임은 두 말할 나위없다.
 따라서 현장 자료 확보는 물론 모든 경우의 수를 열어놓고 변사자의 신원을 파악해야 할 경찰이 처음부터 '유 씨일 리가 없다'는 선입관에 사로잡혔으니 평범한 노숙자로 밖에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이처럼 사건에서는 초동수사, 사고에서는 초동대처가 가장 중요하다. 첫 단추가 잘못되면 문제는 눈덩이처럼 커진다. 세월호 참사에서 가장 뼈아팠던 것도 초동대처의 실패가 아닌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구 어린이 황산테러'도 초동 수사에 문제점이 많았다. 당시 피해아동이 용의자를 수차례 지목 했는데도 경찰은 이를 증거로 확보하지 못해 15년째 미제로 남아있는 것이다.
 지겹도록 들어온 '초동수사 미흡'에 국민은 식상해있다. 우리사회에 기본질서가 무너지고 있듯이 경찰에서는 수사의 기본인 초동수사가 무너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에서 보인 '허둥지둥 초동대처'와 유 씨 변사체에서 보인 '건성건성 초동수사'는 우리사회 총체적 부실의 표본이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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